뉴스 [와글와글 칼럼]“나는 옳다”는 확신이 학문을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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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수 사회의 가장 위험한 아집
▲ 김성윤 전 단국대 법정대학장,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 |
대학은 원래 질문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대학은 질문보다 ‘확신’이 넘쳐난다.
학문은 진리를 찾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이미 진리를 독점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교수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단순한 탐욕만이 아니다. 물론 연구비를 둘러싼 이해관계, 인맥 중심의 폐쇄성, 자리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도 심각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깊고 위험한 병은 바로 “나는 정의롭다”, “내 해석만이 옳다”, “내 신념은 절대 선이다”라는 자기 확신의 독단이다.
욕망은 비교적 드러나기 쉽다. 돈을 탐하면 사람들이 안다. 권력을 탐하면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명분으로 포장된 아집은 다르다. 스스로 선하다고 믿기 때문에 더욱 고치기 어렵다. 자신이 진리를 대표한다고 믿는 순간, 사람은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바로 그때 학문은 대화가 아니라 선포가 되고, 토론은 탐구가 아니라 심판으로 변질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학계 갈등을 보면 안타까운 장면이 반복된다. 학문적 토론은 사라지고 진영 논리만 남았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을 학문적 동료로 보기보다 “무지한 사람”, “시대착오적 인물”, “반지성적 존재”로 규정해 버린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낙인찍고, 토론하기보다 배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다양성을 잃고 점점 하나의 목소리만 허용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수 사회 내부에 퍼져 있는 도덕적 우월감이다. 일부 교수들은 자신이 사회 정의의 최종 심판자인 듯 행동한다. 강단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을 향한 비판은 견디지 못한다. 학생들에게는 다양성을 가르치면서도, 자기와 다른 생각에는 극도로 배타적이다. 학문의 이름으로 자유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사상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래 학문은 겸손에서 출발한다. “나는 모른다”는 자각이 공부의 시작이다. 그러나 지금의 일부 교수 사회는 “나는 이미 안다”는 확신 위에 서 있다. 모르는 것을 탐구하기보다 이미 정해 놓은 결론을 정당화하는 데 학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은 탐구의 기록이 아니라 진영 논리의 무기가 되고, 강의실은 사유의 공간이 아니라 이념의 확성기가 되어 간다.
특히 한국 대학 사회의 폐쇄성은 이런 독단을 더욱 강화시킨다. 같은 학맥, 같은 이념, 같은 인맥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구조 속에서 자기 성찰은 점점 사라진다. 비판은 외부의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내부의 동조만 반복되면서 집단적 확신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 결과 학문 공동체는 살아 있는 토론장이 아니라 서로의 신념을 확인하는 폐쇄적 종교 집단처럼 변질되기도 한다.
진짜 위험한 것은 욕망 자체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진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욕망과 편견을 정의와 이치로 포장하는 일이다. 더러운 욕망은 부끄러움을 느끼게라도 하지만, 깨끗한 얼굴을 한 아집은 오히려 스스로를 숭고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독선은 탐욕보다 오래가고, 교만은 무지보다 더 위험하다.
참된 학자는 자기 확신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정의감 속에도 교만이 숨어 있을 수 있음을 경계하는 사람이다. 학문은 상대를 꺾는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수양이어야 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문장을 잃어버리는 순간, 학문은 살아 있는 지혜가 아니라 권력이 된다.
오늘날 한국 교수 사회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외부의 비판이 아니다. 자기 확신에 갇혀 더 이상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는 마음의 경직이다. 대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념도, 더 강한 목소리도 아니다. 자신의 옳음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겸손이다.
참된 공부는 욕망을 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옳다”는 마음마저 비워 보는 데서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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