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10] 마음이라는 밝은 구슬을 가리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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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본래 한 알의 밝은 구슬과 같다.
욕망의 진흙이 묻은 것은 씻어내기 쉽지만, 그럴듯한 이치와 감정으로 꾸며진 집착은 오히려 벗겨내기 어렵다. 『채근담』은 공부하는 사람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더러움 그 자체가 아니라, 깨끗함으로 위장한 병이라고 일깨운다.
原文 과 한글 음독
心是一顆明珠(심시일과명주) 以物欲障蔽之(이물욕장폐지)
猶明珠而混以泥沙(유명주이혼이니사) 其洗滌猶易(기세척유이)
以情識襯貼之(이정식친첩지) 猶明珠而飾以銀黃(유명주이식이은황)
其滌除最難(기척제최난)
故學者不患垢病(고학자불환구병) 而患潔病之難治(이환결병지난치)
不畏事障(불외사장) 而畏理障之難除(이외리장지난제)
풀어보기
心是一顆明珠(심시일과명주)는 사람의 마음이 본래 한 알의 밝은 구슬과 같다는 뜻이다. 마음은 처음부터 어둡고 더러운 것이 아니다. 본래는 맑고 밝으며, 사물을 비추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그 마음 위에 무엇이 덮이고, 무엇이 달라붙느냐에 있다.
以物欲障蔽之(이물욕장폐지)는 물욕이 그 마음을 가리고 막는다는 뜻이다. 재물, 권세, 명예, 감각적 즐거움 같은 욕망이 마음을 덮으면 밝은 구슬도 빛을 잃는다. 그러나 『채근담』은 이것을 猶明珠而混以泥沙, 其洗滌猶易(유명주이혼이니사, 기세척유이)라고 말한다. 밝은 구슬이 진흙과 모래에 섞인 것과 같아, 씻어내기는 오히려 쉽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물욕은 비교적 드러나기 때문이다. 탐욕은 탐욕처럼 보이고, 욕망은 욕망처럼 드러난다. 사람도 스스로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다. 더러운 것이 더러운 줄 알면, 씻어낼 길이 열린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以情識襯貼之(이정식친첩지)이다. 감정과 분별의식이 마음에 바짝 붙어 덧입혀지는 경우다. 여기서 情識(정식)은 감정과 지식, 주관적 판단과 분별심을 함께 가리킨다. 그것이 마음에 붙으면 겉으로는 오히려 고상해 보인다.
그래서 『채근담』은 이를 猶明珠而飾以銀黃, 其滌除最難(유명주이식이은황, 기척제최난)이라고 말한다. 밝은 구슬을 은과 황금으로 장식한 것과 같아, 그것을 씻어내기가 가장 어렵다는 뜻이다. 진흙은 더러움이 분명하지만, 은과 황금은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사람은 그것을 오히려 장식이라고 착각한다.
이것이 바로 수양의 깊은 어려움이다. 노골적인 욕망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럴듯한 명분이다. 이기심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것은 “나는 옳다”는 확신이다. 감정적 집착이 도덕의 이름을 쓰고, 편견이 정의의 옷을 입고, 아집이 신념의 얼굴을 할 때 사람은 그것을 병으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故學者不患垢病, 而患潔病之難治(고학자불환구병, 이환결병지난치)라 했다. 공부하는 사람은 더러운 병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깨끗함의 병이 고치기 어려움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垢病(구병)은 더러움의 병이다. 그러나 潔病(결병)은 깨끗함을 내세우는 병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순수하고 정의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교만과 집착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不畏事障, 而畏理障之難除(불외사장, 이외리장지난제)라 한다. 일을 가로막는 장애는 두렵지 않으나, 이치라는 이름으로 생긴 장애는 제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실의 장애는 눈에 보인다. 그러나 理障(리장)은 자기 논리, 자기 확신, 자기 명분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더 깊고 더 오래 사람을 묶는다.
오늘의 메시지
이 구절은 오늘 우리에게 매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나쁜 욕망만 경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돈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고, 권력을 탐하는 마음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채근담』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다. 정말 무서운 것은 더러운 욕망보다, 깨끗한 얼굴을 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욕심을 부릴 때보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할 때 더 완고해진다. 이익을 좇을 때보다 정의를 말한다고 생각할 때 더 거칠어질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이 도덕으로 포장되고, 자신의 편견이 이치로 꾸며지고, 자신의 고집이 신념으로 굳어지면 그것을 내려놓기가 참으로 어렵다.
진흙은 씻으면 된다. 그러나 금으로 꾸민 장식은 버리기 어렵다. 더러운 줄 알면 고칠 수 있지만, 깨끗하다고 믿으면 고칠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내가 더러운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내가 깨끗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를 물어야 한다.
오늘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많은 부분은 노골적인 악의보다, 각자가 옳다고 믿는 명분의 충돌에서 생긴다. 서로가 자신을 정의롭다고 여기고, 상대를 틀렸다고 단정할 때 대화는 사라지고 마음은 닫힌다. 참된 수양은 나쁜 욕망을 버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옳다는 생각마저도 한 번 비추어 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교만과 집착을 살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마음은 본래 밝은 구슬이다. 그 빛을 되찾기 위해서는 진흙 같은 욕망도 씻어야 하지만, 금빛 장식처럼 보이는 아집도 내려놓아야 한다.
오늘의 교훈
더러운 욕망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것은 깨끗함으로 위장한 집착이다.
일의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치와 명분으로 굳어진 마음의 장애다.
참된 공부는 욕망을 씻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옳다는 생각마저 비워 보는 데서 깊어진다.
편집자 주
明珠(명주): 밝은 구슬이다. 본래 맑고 빛나는 사람의 마음을 비유한다.
物欲(물욕): 사물과 재물, 명예와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욕망이다.
障蔽(장폐): 가리고 막는다는 뜻이다. 욕망이 마음의 밝음을 덮는 상태를 말한다.
泥沙(니사): 진흙과 모래다. 노골적인 더러움이나 욕망을 비유한다.
洗滌(세척): 씻어낸다는 뜻이다. 마음의 때를 닦아내는 수양을 말한다.
情識(정식): 감정과 분별의식이다. 사사로운 느낌, 판단, 편견, 지식의 집착을 포함한다.
襯貼(친첩): 바짝 대어 붙이고 덧입힌다는 뜻이다. 감정과 분별심이 마음에 달라붙은 상태를 말한다.
銀黃(은황): 은과 황금이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고상해 보이는 장식을 뜻한다.
垢病(구병): 더러움의 병이다. 노골적인 욕망과 허물을 가리킨다.
潔病(결병): 깨끗함의 병이다. 순수함과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교만과 집착이 숨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事障(사장): 현실의 일에서 생기는 장애다. 눈에 보이는 어려움과 문제를 뜻한다.
理障(리장): 이치와 명분으로 생긴 장애다. 자기 논리와 확신에 갇혀 마음이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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