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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블러-로스의 5단계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을 만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일 수도 있고, 건강의 상실일 수도 있으며, 믿고 있던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은 한순간에 정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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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블러 로스는 "죽음의 5단계" 이론을 정립한 심리학자다.   ©Newsly

 

오히려 마음은 부정과 분노, 타협과 우울을 지나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길로 나아간다.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쿠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는 이러한 인간 내면의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이른바 쿠블러-로스의 5단계

 

첫 번째는 부정이다.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사람은 쉽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이건 사실이 아닐 거야라고 스스로를 붙들어 보려 한다. 부정은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너무 큰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올 때 마음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적 반응이다. 마치 눈부신 빛을 갑자기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눈을 감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분노다.

현실을 조금씩 인식하게 되면 마음속에서 억울함과 원망이 치밀어 오른다. “왜 하필 나인가”,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가”,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게 된다. 이 분노는 타인을 향하기도 하고, 세상을 향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노 또한 마음이 고통에 반응하는 한 방식이다. 상처가 깊을수록 화도 크다. 그래서 분노의 이면에는 대개 깊은 슬픔이 숨어 있다

 

세 번째는 타협이다.

이 단계에서 사람은 현실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없는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흥정한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지금이라도 무엇을 바꾸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것만 해결되면 다시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여기에 해당한다. 타협은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과, 그래도 어딘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이다

 

네 번째는 우울이다.

이제 상실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고, 삶의 빛깔이 흐려진다. 이전과 같은 의욕이 나지 않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단계는 매우 힘들지만, 인간이 상실의 진실을 깊이 통과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눈물이 마음의 일부를 씻어내듯, 우울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통과하도록 만드는 내면의 긴 밤일 수 있다

 

마지막은 수용이다.

수용은 기쁨이 아니다. 체념과도 다르다. 아픈 현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그 일이 내 삶에 일어났고, 나는 이제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람은 다시 삶을 정리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갈 수 있는 성숙이 시작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단계가 언제나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어떤 단계는 오래 머물고, 어떤 단계는 거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때로는 수용에 가까이 갔다가도 다시 분노나 우울로 돌아가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은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슬픔의 길도 저마다 다르다. 쿠블러-로스의 이론은 우리에게 정답을 강요하는 틀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과정 속에 있다는 위로를 건네는 지도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슬픔 앞에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빨리 잊어야 하고,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하며, 괜찮은 척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은 억지로 감정을 지워버리는 데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아픔의 시간을 통과할 때 조금씩 시작된다. 부정도, 분노도, 우울도 모두 인간다움의 일부다. 그것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결국 슬픔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만 하는 감정이 아니다. 때로는 우리를 더 깊게 만들고, 더 넓게 만들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상실을 겪어본 사람은 이전보다 더 조용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눈은 다른 이의 눈물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4-1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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