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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꽃과 시가있는 하루] 오늘은 이룰 수 없는 사랑, 그 이름 상사화(相思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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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그리워하는 꽃,  상사화(相思花)

▲ 사진출처: 김성윤 뉴슬리 기자    ©Newsly

 

봄날,

푸른 잎이 먼저 세상에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다

말없이 땅속으로 돌아갔다.

 

그 잎이 떠난 자리,

여름이 깊어갈 무렵

가느다란 꽃대 하나

그리움처럼 솟아오른다.

 

연노란 꽃잎을 활짝 열고

긴 꽃술로 하늘을 더듬으며

혹시 그대가 돌아올까

바람이 지나는 길목을 바라본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니,

한 뿌리에서 태어났어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운명.

 

그러나 만나지 못한다고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서

두 마음은 늘 하나로 이어져 있다.

 

오늘, 내 집 정원에 핀 상사화여,

그대의 고운 이름을 다시 부르니

기다림도 사랑이 되고

그리움도 한 송이 꽃이 된다.

 

 잊을 수 없는 사랑, 서로를 그리워하는 꽃 상사화(相思花)’ 의 이모저모

 

여름이 저물어 가는 신월 농장 한쪽, 잎 하나 보이지 않는 땅에서 가느다란 꽃대가 올라와 연노란 꽃송이를

한 아름 피웠습니다. 사진 속 꽃은 노란빛을 띠는 상사화 무리입니다.

상사화는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필 때는 잎을 볼 수 없습니다.

한 뿌리에서 태어나면서도 서로 마주하지 못하는 잎과 꽃의 운명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는 꽃’, 곧 상사화(相思花)라는 애틋한 이름을 얻었습니다.

 


상사화는 어떤 식물인가요?

학명: Lycoris spp.

영문명: Surprise lily·Resurrection lily

분류: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

 

꽃말: 잊을 수 없는 사랑·이룰 수 없는 사랑·서로를 그리워함

상징적 의미: 기다림·그리움·인연·재회

꽃빛: 연분홍·붉은색·주황색·노란색·흰색

개화 시기: 대체로 7월 말부터 9

 

생육 환경: 반그늘이 지고 물 빠짐이 좋은 땅

사진 속 꽃은 연한 황금빛 꽃잎과 길게 뻗은 꽃술이 돋보이는 노란색 계열의 상사화입니다. 다만 상사화속 식물은 서로 모습이 비슷하고 자연교잡도 많아, 사진만으로 세부 종까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사화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상사(相思)’는 서로 상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입니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돋아 햇빛을 받으며 알뿌리에 양분을 저장합니다. 초여름이 되면 잎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한동안 아무것도 없는 듯 고요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늦여름이 되면 잎이 있던 자리에서 꽃대만 홀로 솟아올라 꽃을 피웁니다.

 

잎은 꽃을 기다리지만 꽃이 필 때면 이미 사라지고, 꽃은 잎을 그리워하지만 끝내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에서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마주하지 못하는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잎도 없이 어떻게 꽃을 피울까요?

상사화가 잎 없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땅속의 비늘줄기, 즉 알뿌리 덕분입니다.

 

봄에 돋아난 잎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해 두면, 상사화는 그 힘으로 늦여름에 꽃대를 밀어 올립니다. 꽃이 피는 순간에는 잎이 보이지 않지만, 봄날의 햇살과 바람이 땅속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사화의 꽃은 갑자기 피어난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린 끝에 피어난 그리움의 결실입니다.

 

한 줄기 꽃대에 여러 꽃이 피는 까닭

상사화는 기다란 꽃대 끝에서 여러 개의 꽃봉오리가 둥글게 모여 피어납니다. 먼저 핀 꽃이 활짝 벌어지면 뒤이어 다른 꽃봉오리들이 차례로 열려, 한 줄기에서도 오랫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도 활짝 핀 꽃과 이제 막 벌어지려는 꽃봉오리가 함께 보입니다. 마치 먼저 도착한 그리움이 뒤따라오는 마음들을 기다리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 사진출처:김성윤 뉴슬리 대표 제공

 

꽃잎 밖으로 길게 뻗은 꽃술

상사화의 꽃잎 사이로 길게 늘어진 가느다란 꽃술 가운데, 끝에 노란 꽃가루주머니가 달린 것은 수술입니다. 보통 한 송이에 여섯 개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길게 뻗어 끝이 옅은 분홍빛을 띠는 한 줄은 암술입니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미는 듯한 모습이 상사화의 애틋한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꽃이 진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꽃은 며칠 동안 화려하게 피었다가 서서히 시들고, 꽃대도 말라갑니다. 그러나 땅속의 알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계절을 견디며 다음 봄의 잎과 다음 여름의 꽃을 준비합니다.

잎과 꽃은 끝내 한자리에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의 존재가 있어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봄의 잎이 양분을 모으지 않으면 여름의 꽃은 피지 못하고, 꽃이 피어 생명을 이어 주지 않으면 잎의 기다림도 계속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사화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사랑은 반드시 곁에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살게 하는 마음이 있다고.

그리고 여름 끝, 홀로 피어난 연노란 꽃송이는 긴 꽃술을 바람에 내밀며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잊은 것이 아닙니다.

만나지 못해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하며 피어납니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8-2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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