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12] 그릇이 크면, 무엇도 문제되지 않는다
페이지 정보
본문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내 마음의 그릇이 커야 한다.
단단한 쇠를 녹이는 것은 작은 불이 아니라 큰 도가니이며, 더러운 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좁은 웅덩이가 아니라 큰 바다다.
『채근담』은 남을 탓하기 전에, 내가 과연 감화할 만한 덕과 품을 지녔는지를 돌아보라고 일깨운다.
원문과 한글 음독
我果為洪爐大冶 (아과위홍로대야) 何患頑金鈍鐵之不可陶鎔 (하환완금둔철지불가도용)
我果為巨海長江 (아과위거해장강) 何患橫流污瀆之不能容納 (하환횡류오독지불능용납)
풀어보면
我果爲洪爐大冶(아과위홍로대야)는 “내가 참으로 큰 화로와 큰 풀무가 된다면”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洪爐(홍로)는 큰 화로, 大冶(대야)는 큰 풀무 또는 큰 제련의 도가니를 말한다. 쇠를 녹이고 금속을 다듬는 큰 힘의 상징이다.
이어지는 何患頑金鈍鐵之不可陶鎔(하환완금둔철지불가도용)은 “어찌 완고한 금과 둔한 쇠를 빚고 녹이지 못할까 걱정하겠는가”라는 뜻이다. 頑金鈍鐵(완금둔철)은 단단하고 둔하여 쉽게 다루기 어려운 금속을 가리킨다. 사람으로 말하면 완고하고 어리석으며 쉽게 바뀌지 않는 사람을 비유한다.
그러나 큰 도가니와 큰 풀무는 단단한 쇠도 녹인다. 참으로 큰 덕과 깊은 인격을 지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감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상대가 너무 완고한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덕이 아직 충분히 뜨겁고 넓지 못한 데 있을 수 있다.
다음 구절 我果爲巨海長江(아과위거해장강)은 “내가 참으로 큰 바다와 긴 강이 된다면”이라는 뜻이다. 巨海(거해)는 큰 바다이고, 長江(장강)은 길고 큰 강이다. 바다와 강은 맑은 물만 받지 않는다. 옆으로 흘러드는 물도 받고, 때로는 더럽혀진 물도 받아들인다.
그래서 何患橫流汚瀆之不能容納(하환횡류오독지불능용납)이라 했다. “어찌 옆으로 흐르는 물과 더러운 도랑물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걱정하겠는가”라는 뜻이다. 橫流(횡류)는 바르게 흐르지 않고 옆으로 흐르는 물이며, 汚瀆(오독)은 더러운 도랑이나 더러워진 물길을 뜻한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교만하고 거칠며, 때로는 간사하고 어그러진 사람을 가리킨다.
큰 바다는 더러운 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곧 더러워지지 않는다. 큰 강은 작은 흙탕물이 섞인다고 해서 흐름을 잃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큰 도량을 지닌 사람은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 부족한 사람, 거친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곧바로 배척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이 구절의 핵심은 남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만은 아니다. 더 깊은 뜻은 “상대가 왜 저런가”만 묻지 말고, “나는 그를 감화할 만큼 큰 덕을 지녔는가”를 먼저 물으라는 데 있다. 사람을 바꾸려면 비난보다 덕이 커야 하고, 세상을 품으려면 판단보다 도량이 넓어야 한다.
오늘의 메시지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쉽게 실망하고 쉽게 원망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완고한가, 왜 저 사람은 저렇게 거칠고 어긋나는가, 왜 내 뜻을 알아주지 않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채근담』은 시선을 상대에게서 나 자신에게로 돌리라고 말한다.
단단한 쇠가 녹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나의 불길이 충분히 뜨거운지 돌아보아야 한다. 더러운 물이 흘러든다고 탓하기 전에, 나의 마음이 그것을 품고도 흐려지지 않을 만큼 넓은지 살펴야 한다.
작은 그릇은 조금만 탁한 물이 들어와도 금세 흐려진다. 그러나 큰 바다는 수많은 물길을 받아들이면서도 바다다움을 잃지 않는다. 작은 불은 단단한 쇠 앞에서 꺼지지만, 큰 도가니는 쇠를 녹여 새로운 모양으로 빚어낸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이 마음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공동체와 정치의 자리에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먼저 지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을 살리는 힘은 지적보다 감화에 있고, 공동체를 세우는 힘은 배척보다 포용에 있다.
물론 악을 방치하라는 뜻은 아니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되, 그것이 미움과 배척에서 나오지 않아야 한다. 사람을 단죄하려는 마음보다 고쳐 세우려는 마음이 커야 한다. 진정한 덕은 약함을 무조건 봐주는 것이 아니라, 약하고 거친 마음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이다.
큰 도가니는 쇠를 녹이고, 큰 바다는 물을 받아들인다.
사람도 그와 같아야 한다. 내 마음의 덕이 크고, 내 마음의 도량이 넓다면, 완고한 사람도 감화할 수 있고 어그러진 사람도 품어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
오늘의 교훈
단단한 쇠를 탓하기 전에 나의 불길이 충분히 큰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더러운 물길을 탓하기 전에 나의 마음이 큰 바다만큼 넓은지를 살펴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비난이 아니라 덕이며, 사람을 품는 힘은 판단이 아니라 도량이다.
편집자 주
我果爲(아과위): 내가 참으로 ~이 된다면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덕과 도량을 먼저 묻는 데 있다.
洪爐(홍로): 큰 화로다. 쇠와 금속을 녹이는 뜨거운 단련의 힘을 상징한다.
大冶(대야): 큰 풀무 또는 큰 제련의 도가니다. 사람을 감화하고 단련시키는 큰 덕의 힘을 비유한다.
頑金鈍鐵(완금둔철): 완고한 금과 둔한 쇠다. 쉽게 변하지 않는 완고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한다.
陶鎔(도용): 빚고 녹인다는 뜻이다. 사람을 가르치고 감화하여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말한다.
巨海長江(거해장강): 큰 바다와 긴 강이다. 넓은 도량과 깊은 포용력을 상징한다.
橫流(횡류): 바르게 흐르지 않고 옆으로 흐르는 물이다. 질서에서 벗어나거나 어그러진 사람과 일을 비유한다.
汚瀆(오독): 더러운 도랑이나 더럽혀진 물길이다. 세속의 탁함, 거친 마음, 불순한 태도를 비유한다.
관련링크
- 이전글[김성윤 칼럼] 400년 전 류성룡의 경고… 6.3지방선거, 누구를 뽑아야 되나? 26.05.18
- 다음글[속보]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와 30분 통화…미중 정상회담 결과·한반도 협력 논의 26.05.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