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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3 통합 지방선거 특집] 표는 하루, 민주주의는 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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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윤 전 단국대 법정대학장,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

 

선거는 끝났지만, 민주주의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투표소를 나서는 순간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민주주의는 그 이후, 말하고 듣고 살아가는 일상의 자리에서 비로소 움직인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태도다. 헌법과 선거법이 틀을 만든다면, 그 틀 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다. 다른 의견을 견디는 힘, 불편한 진실을 듣는 용기, 그리고 내 생각을 책임 있게 말하는 자세. 이 작은 실천들이 쌓여 공동체의 품격을 만든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하루의 투표보다, 매일의 태도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가장 구체적인 얼굴이다. 국회나 중앙정부가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동네에서 민주주의는 실제로 작동한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 노인을 돌보는 문제, 골목의 안전과 상권의 생존에 이르기 까지, 모든 것이 지방자치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시장이다. 또 하나 중요한 자리가 동장이다.

 

동장은 지역을 가장 먼저 아는 자리다. 우리동 출산율이 왜 낮은지, 인구가 왜 줄어드는지, 어떤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느 골목이 비어가고 있는지를 가장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위치다. 말하자면 동장은 행정의 말단이 아니라, 공동체의 심장에 가장 가까운 존재다.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한 지역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장은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맡는 자리로 굳어져 있다. 새로운 비전을 실험하기보다는, 남은 시간을 무난히 보내는 자리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을 바꾸는 열정보다 조직의 관성을 따르는 구조 속에서, 동장은 점점 현장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자리로 변질된다. 그 결과 주민의 목소리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따라서 주민의 추천에 따라 동장을 임명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시장 후보를 선택하자. 이렇게 적은 일부터 시작해서 이제부터 하나하나 바꿔야 한다.

 

생활 속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행정의 가장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누가 지역을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동장을 포함한 지역 행정의 핵심 자리에 대해, 주민이 선택하고 추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임명되거나 검증된 인물이 지역을 맡을 때, 비로소 행정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가는 목소리를 담게 된다.

 

선거 역시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화려한 말과 큰 구호에 흔들리지만, 지방자치에서 중요한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이다. 이 도시의 문제를 알고 있는가? 해결 방법을 말할 수 있는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후보라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누가 대신 해주겠지라는 기대 속에서 무너진다. 반대로 내가 참여한다는 의지 속에서 살아난다. 투표는 그 의지의 출발일 뿐, 완성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어떻게 감시하고, 다시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수준은 달라진다.

 

표는 하루지만, 민주주의는 매일이다. 그리고 그 매일을 바꾸는 힘은 거창한 권력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시작된다. 동네에서 시작된 변화가 도시를 바꾸고, 나라를 바꾼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과연, 매일의 민주주의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답은 분명하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제 선택을 바꿔야 한다.

 

말 잘하는 사람을 뽑지 마라.

화려한 이력을 앞세우는 사람을 뽑지 마라.

정당의 간판 뒤에 숨는 사람을 뽑지 마라.

대신, 이 도시의 문제를 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

잘못했을 때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라.

주민과 거리를 두지 않고, 불편한 목소리까지 끝까지 듣는 사람을 선택하라.

 

민주주의는 좋은 제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선택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유권자의 수준을 드러낸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공동체의 방향과 품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표는 하루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매일을 지배한다는 점을 읻지 말자.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5-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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