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9] 움직임 속의 고요, 혼란 속의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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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은 움직일 때와 고요할 때 마음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시끄러운 곳과 적막한 곳에서 뜻이 흔들린다면, 아직 마음의 단련이 무르익지 않은 것이다.
『채근담』은 참된 수양이란 고요 속에서도 생동하고, 풍파 속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데 있다고 일깨운다.
原文
學者動靜殊操,喧寂異趣,(학자동정수조, 훤적이취,)
還是煆煉未熟,心神混淆故耳。(환시하련미숙, 심신혼효고이.)
須是操存涵養,定雲止水中,(수시조존함양, 정운지수중,)
有鳶飛魚躍的景象;(유연비어약적경상;)
風狂雨驟處,(풍광우취처,)
有波恬浪靜的風光,(유파념랑정적풍광,)
纔見處一化齊之妙。(재견처일화제지묘.)
풀어보기
學者動靜殊操(학자동정수조)는 배우는 사람이 움직일 때와 고요할 때 지키는 마음가짐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평소에는 점잖고 의연해 보이다가도 일이 바빠지고 상황이 흔들리면 금세 마음이 흐트러지는 사람이 있다. 조용할 때는 수양이 된 듯하지만, 막상 시끄러운 현실 속에 들어가면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다.
喧寂異趣(훤적이취)는 시끄러운 곳과 적막한 곳에서 마음의 취향과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고요한 방 안에서는 도를 말하고 덕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와 소란 속에서는 금세 욕심과 감정에 끌려간다면, 그것은 아직 참된 공부가 아니요, 내공이 부족한것이다.
『채근담』은 그 이유를 還是煆煉未熟, 心神混淆故耳(환시하련미숙, 심신혼효고이)라고 말한다. 이는 결국 단련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 마음과 정신이 맑게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煆煉(하련)은 불에 달구고 두드려 단련하는 일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도 쇠처럼 수없이 달구어지고 두드려져야 단단해진다.
그러므로 須是操存涵養(수시조존함양), 반드시 마음을 붙들어 보존하고 깊이 길러야 한다. 수양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붙들고, 기르고, 가라앉히고, 다시 살피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깊어진다.
그 경지는 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的景象(정운지수중, 유연비어약적경상)으로 표현된다. 고요히 멈춘 구름과 잔잔한 물속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생동의 풍경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참된 고요는 죽은 침묵이 아니다. 그 안에는 생명력과 활기가 살아 있어야 한다.
또한 風狂雨驟處, 有波恬浪靜的風光(풍광우취처, 유파념랑정적풍광)이라 했다. 바람이 미친 듯 불고 비가 사납게 몰아치는 곳에서도 물결이 편안하고 파도가 고요한 풍광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참된 평정은 아무 일도 없을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거센 풍파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마침내 纔見處一化齊之妙(재견처일화제지묘), 그제야 하나로 변화하고 가지런히 조화를 이루는 묘리를 볼 수 있다. 움직임과 고요, 시끄러움과 적막함, 생동과 평정이 둘로 갈라지지 않는 경지다. 밖의 환경이 달라져도 마음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 이것이 『채근담』이 말하는 깊은 수양의 세계다.
오늘의 메시지
이 구절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매우 현실적인 가르침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평온할 때는 너그러울 수 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인격적으로 말할 수 있고, 조용한 자리에서는 얼마든지 품위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와 소란 속에서 드러난다.
바쁜 일정, 뜻밖의 비난, 경제적 압박, 인간관계의 갈등, 정치와 사회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쉽게 본색을 드러낸다. 조용할 때의 나와 흔들릴 때의 내가 다르다면, 아직 마음의 공부가 덜 익은 것이다.
『채근담』은 고요하되 죽어 있지 말고, 흔들리되 무너지지 말라고 말한다. 물처럼 고요하되 그 안에는 물고기가 뛰노는 생기가 있어야 하고, 폭풍 속에 서 있더라도 마음의 깊은 곳에는 잔잔한 물결이 있어야 한다. 참된 수양은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 한가운데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서만 평온한 사람은 아직 덜 단련된 사람이다. 소란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풍파 속에서도 고요를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익은 사람이다.
오늘의 교훈
고요할 때의 평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란 속에서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참된 수양이다.
움직임 속에 고요가 있고, 풍파 속에 평정이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깊어진다.
편집자 주
動靜(동정): 움직임과 고요함을 뜻한다. 삶의 활동과 침묵의 상태를 함께 가리킨다.
殊操(수조): 지키는 마음가짐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 태도와 원칙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喧寂(훤적): 시끄러움과 적막함이다. 세상의 소란과 홀로 있는 고요를 함께 이른다.
煆煉(하련): 불에 달구고 두드려 단련한다는 뜻이다. 마음과 인격이 시련 속에서 익어가는 과정을 비유한다.
混淆(혼효): 뒤섞이고 흐려져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마음과 정신이 맑게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다.
操存涵養(조존함양): 마음을 붙들어 보존하고 깊이 길러가는 수양의 태도다.
鳶飛魚躍(연비어약):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으로, 고요한 가운데 살아 있는 생동감을 나타낸다.
波恬浪靜(파념랑정): 물결이 편안하고 파도가 고요하다는 뜻이다. 거센 환경 속에서도 마음이 평정한 상태를 말한다.
纔見(재견): 그제야 비로소 보인다는 뜻이다. 참된 경지가 드러나는 순간을 가리킨다.
處一化齊之妙(처일화제지묘): 모든 상황을 하나의 이치로 보고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묘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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