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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안스리움, 가장 뜨거운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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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스리움은 태생부터 모순적인 꽃입니다. 심장을 닮은 선명한 비단길 위로, 차마 삼키지 못한 고백 같은 꽃대(육수화서)가 외롭게 솟아 있습니다. 서구권에서 이 꽃을 '플라밍고 릴리'라 부르며 정열을 노래할 때, 우리 시인들은 그 붉은 불염포(佛焰苞)에서 타오르는 고독과 외사랑의 형상을 읽어내곤 합니다.

 

▲ 사진 속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꽃은 안스리움(Anthurium)입니다.

 

붉은 심장이 앓는 법

내어줄 것이 붉은 심장뿐인 생()은 고달픕니다. 안스리움의 매끄러운 잎은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아니라, 밤새 혼자 훔쳐낸 눈물이 굳어 생긴 광택일지도 모릅니다.

 

안스리움/김성윤

내어줄 것이 붉은 심장밖에 없어

매끄러운 잎마다 낱낱이 눈물을 발라놓았습니다.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이

노란 꽃대로 삐죽 솟아올라,

차마 접지 못한 하트 모양의 그리움으로 피었습니다.

 

햇살 한 줌에도 가슴이 데어

반질거리는 슬픔을 닦아내는 저 꽃을 보며

사람들은 화려하다 말하지만,

나는 그 이름 속에 숨겨진

'안쓰러움'을 읽습니다.

꺾이지 못해 꼿꼿이 서서 앓는

당신의 붉은 병()을 읽습니다.

시들지 않는 응어리, 첫사랑

 

안스리움의 꽃말 중 하나인 '사랑에 번민하는 마음'은 유독 나의 10대와 닮아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고백 한마디를 입술 뒤로 밀어 넣고, 그 애틋한 주위를 맴돌던 젊은 날의 시공간들. 시간은 흐를수록 기억을 퇴색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스리움의 채도처럼 선명한 핏빛으로 그 기억을 덧칠합니다.

 

겉으로는 반질반질 아무렇지 않은 척 꼿꼿하게 서 있지만, 사실 그 속은 터뜨리지 못한 열정으로 응어리진 채 타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마 건네지 못한 진심은 내면으로 갈무리되어, 결국 스스로를 태우는 가장 진한 붉은색이 됩니다.

글을 마치며

안스리움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서 툭 하고 불꽃이 튀는 기분이 듭니다. 시들지 않는 열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문장을 건넵니다.

"말하지 못한 고백은 영영 시들지 않고, 가슴속에서 가장 붉은 꽃이 된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4-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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