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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44]자신을 지킬 때는 태산처럼 굳건하게, 세상일을 다룰 때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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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신념은 흔들리지 않되, 사람과 일을 대할 때는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야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때로는 굳세어야 하고, 때로는 부드러워야 한다. 옳다고 믿는 원칙을 지켜야 할 때에는 어떤 유혹과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세상일을 처리할 때까지 자신의 생각만 고집한다면 삶은 점점 무거워지고 인간관계도 불편해질 수 있다.

 

높은 산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자리를 지킨다. 반면 흐르는 물은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떨어지는 꽃잎은 바람과 물결에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자신의 인격과 원칙은 태산과 구정(九鼎)처럼 굳건하게 지키고, 세상일을 처리할 때는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꽃잎처럼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대하라고 가르친다.

지켜야 할 것은 굳게 지키고, 흘려보내야 할 것은 가볍게 흘려보낼 줄 아는 것. 그것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다.

 

■ 원문(原文)과 한글 음독

持身 如泰山九鼎 凝然不動(지신 여태산구정 응연부동)

則愆尤自少(즉건우자소)

應事 如流水落花 悠然而逝(응사 여유수낙화 유연이서)

則趣味常多(즉취미상다)

※ 위 원문 가운데 愆尤(건우)는 ‘허물과 잘못’을 뜻하며, 凝然(응연)은 ‘흔들림 없이 굳건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 풀어보기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두 가지 태도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자신의 인격과 원칙을 굳게 지키는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일을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처리하는 자세다.

얼핏 보면 서로 반대되는 가르침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태산처럼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근담』은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갖추어야 비로소 삶이 원만해진다고 말한다.

자신을 지킬 때는 태산처럼 흔들리지 말라

첫 구절은 持身(지신)이다.

여기서 持(지)는 붙들어 지킨다는 뜻이고, 身(신)은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신은 단순히 몸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품행, 신념과 도덕적 원칙을 바르게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만난다.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원칙을 조금 굽히고 싶은 순간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혼자 다른 길을 선택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채근담』은 如泰山九鼎(여태산구정)이라고 말한다.

태산과 구정처럼 무겁고 굳건해야 한다는 뜻이다.

泰山(태산)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높고 장엄한 산으로 여겨져 왔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상징한다.

九鼎(구정)은 고대 중국에서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던 아홉 개의 솥이다.

매우 무겁고 존엄한 존재를 비유할 때 사용되었다.

『채근담』이 태산과 구정을 함께 제시한 것은 자신의 인격과 신념을 얼마나 무겁고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어지는 말이 凝然不動(응연부동)이다.

凝然(응연)은 마음과 태도가 굳게 안정되어 있는 모습이고, 不動(부동)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양심을 버리지 않고, 작은 이익을 얻으려고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며, 어려움이 닥쳤다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則愆尤自少(즉건우자소) 허물과 잘못이 저절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여기서 愆尤(건우)는 잘못과 허물, 그로 인해 생기는 책망을 의미한다.

자신의 원칙이 분명한 사람은 순간적인 욕심과 감정에 휘둘릴 가능성이 줄어든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칙을 지킨다고 해서 실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삶의 중심이 분명하면 잘못된 선택을 줄일 수 있고, 실수했을 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자신을 지키는 힘은 고집이 아니라 바른 원칙에서 나온다.

이것이 첫 번째 가르침이다.

 

세상일을 처리할 때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라

두 번째 구절은 應事(응사)다.

應(응)은 대응한다는 뜻이고, 事(사)는 일이나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응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응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채근담』은 이때 전혀 다른 태도를 요구한다.

如流水落花(여유수낙화).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꽃잎처럼 하라는 것이다.

흐르는 물은 앞에 바위가 있다고 해서 그 자리에 멈추어 싸우지 않는다.

바위를 돌아 흐르기도 하고, 좁은 틈을 지나가기도 하며, 때로는 낮은 곳으로 흘러 새로운 길을 만든다.

떨어지는 꽃잎도 마찬가지다.

꽃잎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뒤 바람과 물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이러한 모습은 억지로 무엇인가를 붙잡거나 거스르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태도를 상징한다.

그래서 『채근담』은 悠然而逝(유연이서)라고 했다.

느긋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라는 뜻이다.

여기서 悠然(유연)은 마음이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며, 逝(서)는 지나가거나 흘러간다는 의미다.

세상일은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실패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변화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뜻만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은 더욱 복잡해지고 마음은 지치기 쉽다.

『채근담』은 이럴 때 흐르는 물의 지혜를 배우라고 한다.

목표와 원칙은 지키되,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은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고치며, 이미 지나간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다는 것은 무조건 남에게 맞추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정확히 살펴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다.

유연함은 원칙이 없는 나약함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실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힘이다.

이것이 두 번째 가르침이다.

 

굳건함과 유연함이 조화를 이루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마지막 구절은 則趣味常多(즉취미상다)이다.

그렇게 하면 삶의 즐거움과 멋이 언제나 많아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趣味(취미)는 오늘날 말하는 독서나 운동 같은 여가 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삶에서 느끼는 흥취와 멋, 즐거움과 풍요로운 정취를 의미한다.

왜 자신의 원칙을 굳게 지키면서도 세상일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면 삶이 풍요로워질까?

자신의 원칙이 분명한 사람은 작은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불필요한 후회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세상일을 유연하게 처리하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 조정할 수 있고, 계획이 어긋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 결과 마음에는 여유가 생긴다.

『채근담』은 바로 그 여유에서 삶의 즐거움이 자라난다고 본다.

원칙만 있고 유연함이 없으면 삶이 딱딱해지고, 유연함만 있고 원칙이 없으면 삶의 중심이 흔들린다.

태산처럼 굳건한 중심과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운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삶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결국 이번 구절은 하나의 가르침으로 모인다.

자신을 다스릴 때는 엄격하고, 세상일을 처리할 때는 여유로워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는 것이 『채근담』이 말하는 성숙한 사람의 품격이다.

 


■ 오늘의 메시지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와 기술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방식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다가 주변과 갈등을 겪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나치게 휩쓸려 자신의 중심을 잃기도 한다.

『채근담』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持身(지신)에서는 태산과 구정처럼 굳건하라고 한다.

정직과 신뢰, 책임과 양심처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應事(응사)에서는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꽃잎처럼 유연하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부부 사이에도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서로의 말을 듣고 조정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원칙은 지키되 일하는 방법은 상황에 맞게 바꾸는 지혜가 중요하다.

앞선 41회에서 『채근담』은 담박함은 화려한 곳에서 시험하고 평정심은 어지러운 현실에서 검증하라고 가르쳤다.

42회에서는 평온할 때 위기를 대비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평정심을 지키라고 했다.

이번 44회는 그 가르침을 더욱 넓혀 자신을 지키는 태도와 세상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서로 달라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자신의 원칙에는 굳건하되, 다른 사람과 세상일에는 부드럽고 여유로워야 한다.

태산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아래로 물은 흐른다.

꽃잎은 떨어지지만, 흐르는 물 위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켜야 할 것을 굳게 지키면서 흘려보내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때, 삶은 한결 가볍고 풍요로워진다.

 

■ 오늘의 교훈

자신의 인격과 원칙은 태산과 구정처럼 굳건하게 지켜라.

눈앞의 이익과 유혹 때문에 양심과 신념을 쉽게 바꾸지 말라.

세상일을 처리할 때는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꽃잎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대응하라.

원칙은 굳게 지키고 방법은 부드럽게 바꿀 줄 알 때 삶의 즐거움과 여유가 깊어진다.

■ 편집자 주

持身(지신) : 자신의 몸과 마음, 인격과 품행을 바르게 지키는 것.

泰山(태산) : 중국의 대표적인 명산. 여기서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상징한다.

九鼎(구정) : 고대 중국에서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던 아홉 개의 솥. 무게와 존엄함을 나타내는 비유다.

凝然(응연) : 굳게 안정되어 흔들리지 않는 모습.

不動(부동) : 움직이지 않음. 여기서는 원칙과 신념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愆尤(건우) : 허물과 잘못, 그로 인해 생기는 책망.

自少(자소) : 저절로 줄어듦.

應事(응사) :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대응하고 처리함.

流水(유수) : 흐르는 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가는 유연함을 상징한다.

落花(낙화) : 떨어지는 꽃잎. 억지로 붙잡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모습을 상징한다.

悠然(유연) :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자연스러운 모습.

逝(서) : 지나가다, 흘러가다.

趣味(취미) : 삶의 흥취와 멋, 즐거움과 풍요로운 정취.

常多(상다) : 언제나 많음. 여기서는 삶의 즐거움과 여유가 풍부해진다는 뜻이다.

 

■ 한자 한 글자씩 뜻과 음

1. 持身 如泰山九鼎 持(가질 지) 身(몸 신) 如(같을 여) 泰(클 태) 山(뫼 산) 九(아홉 구) 鼎(솥 정)→ 지신 여태산구정

2. 凝然不動 凝(엉길 응) 然(그러할 연) 不(아닐 부) 動(움직일 동) → 응연부동

3. 則愆尤自少 則(곧 즉) 愆(허물 건) 尤(허물 우) 自(스스로 자) 少(적을 소) → 즉건우자소

4. 應事 如流水落花 應(응할 응) 事(일 사) 如(같을 여) 流(흐를 류) 水(물 수) 落(떨어질 락) 花(꽃 화) → 응사 여유수낙화

5. 悠然而逝 悠(멀 유) 然(그러할 연) 而(말 이을 이) 逝(갈 서) → 유연이서

6. 則趣味常多 則(곧 즉) 趣(뜻 취) 味(맛 미) 常(항상 상) 多(많을 다) → 즉취미상다

 

이번 구절에서는 특히 泰山九鼎(태산구정)과 流水落花(유수낙화)의 대비가 중요하다.

태산과 구정은 무겁고 굳건하여 쉽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상징한다.

반면 흐르는 물과 떨어지는 꽃잎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채근담』은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격을 지킬 때는 태산처럼 굳건하고, 세상일을 처리할 때는 흐르는 물처럼 유연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한 愆尤自少(건우자소)와 趣味常多(취미상다)의 대비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칙을 굳게 지키면 허물과 잘못이 줄어들고, 세상일을 유연하게 처리하면 삶의 즐거움과 여유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나는 삶의 잘못을 줄이는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풍요로움을 키우는 지혜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더욱 안정되고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김성윤의 한 줄 채근담

 

 

“자신을 지킬 때는 태산처럼 흔들림 없이, 세상일을 다룰 때는 흐르는 물처럼 여유롭게 하라. 원칙은 굳게 지키고, 삶은 부드럽게 흘려보낼 때 진정한 품격과 즐거움이 생겨난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10-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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