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채근담 지혜]4 선한 마음에도 잡초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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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선한 일인데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욕심이 배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근담』은 바로 그 미세한 마음의 흔들림까지도 놓치지 말라고 다음과 같이 일러줍니다.
原文(원문)
爲善而欲自高勝人(위선이욕자고승인),施恩而欲要名結好(시은이욕요명결호),修業而欲驚世駭俗(수업이욕경세해속),植節而欲標異見奇(식절이욕표이견기),此皆是善念中之孽(차개시선념중지얼),理路上坑坎(이로상갱감),最易夾帶(최이협대),最難拔除者也(최난발제자야)。須是滌盡渣滓(수시척진사재),斬絶萌芽(참절맹아),才見本來眞體(재견본래진체)。
이를 풀어 보면
착한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높여 남보다 낫게 보이려 하고, 은혜를 베풀면서도 이름을 얻고 좋은 평판을 바라며, 학문을 닦으면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고 남다르다는 소리를 듣고자 하고, 절개를 지키면서도 특별하고 기이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다면, 이 모든 것은 선한 마음속에 숨어든 사악한 싹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람이 마땅히 걸어야 할 도리의 길 위에 패인 구덩이와 같아서, 가장 쉽게 끼어들지만 가장 뽑아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마음속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어린 싹부터 잘라내야만 비로소 본래의 참된 모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메시지
이 대목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선한 행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마음의 뿌리라는 것입니다. 남을 돕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내가 더 훌륭하게 보여야지”라는 마음이 감추어져 있다면, 그 선한 마음은 이미 순수함을 잃기 시작합니다.
베푸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칭찬과 명성을 얻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선이 아니라 욕망과 뒤섞인 선입니다.
공부도 그렇습니다. 배움은 자신을 닦고 진리를 밝히기 위한 것인데, 혹시 남을 놀라게 하고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한 수단이 된다면 그 공부 역시 마음의 중심이 이미 흔들린 것입니다.
『채근담』은 이런 미세한 욕심을 “선념 중의 얼(孽)”이라고 표현합니다. 곧 선한 생각 속에 숨어든 재앙의 씨앗이라는 뜻입니다.
큰 악은 눈에 잘 띄지만, 이런 작은 교만과 은근한 과시욕은 선의 얼굴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마음속 찌꺼기를 씻어내고, 악의 싹이 트기 전에 잘라내라고 합니다.
욕심이 커진 뒤에 뽑으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결국 수양이란, 남에게 보이는 행동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드는 허영과 명예욕을 먼저 살피는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참된 선은 드러내지 않아도 빛납니다. 남보다 높아지려는 마음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선은 선 그 자체로 맑아집니다, 가 이장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오늘의 교훈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착한 일을 하며 스스로 높아지려는 마음을 버리는 일이다.
편집자 주
爲善(위선): 선을 행함, 착한 일을 함.
欲(욕): 바라다, 원하다.
自高(자고): 스스로를 높이다,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다.
勝人(승인): 남보다 낫다고 여기다, 남을 이기려 하다.
→ 爲善而欲自高勝人(위선이욕자고승인)는 선을 행하면서도 스스로를 높이고 남보다 낫다고 여기려 함이다.
施恩(시은): 은혜를 베풀다, 남을 도와 덕을 베풂.
要名(요명): 이름을 구하다, 명예를 얻고자 하다.
結好(결호): 좋은 관계를 맺다, 호감을 얻다.
→ 施恩而欲要名結好(시은이욕요명결호)는 은혜를 베풀면서도 명예를 얻고 좋은 평판이나 인간관계를 구하려 함이다.
修業(수업): 학문과 덕행을 닦음, 공부하고 수양함.
驚世(경세): 세상을 놀라게 하다.
駭俗(해속): 세속 사람들을 놀라게 하다,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끌다.
→ 修業而欲驚世駭俗(수업이욕경세해속)는 학문과 수양을 하면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고 남의 주목을 끌고자 함이다.
植節(식절): 절개를 세우다, 지조와 뜻을 굳게 세움.
標異(표이): 남과 다름을 드러내다.
見奇(견기): 기이하고 특별하게 보이려 하다.
→ 植節而欲標異見奇(식절이욕표이견기)는 절개를 지키면서도 남과 다름을 드러내고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려 함이다.
此皆(차개): 이것들은 모두.
善念(선념): 선한 생각, 착한 마음.
中(중): 가운데, 속에.
孽(얼): 재앙의 싹, 화근, 좋지 않은 씨앗.
→ 此皆是善念中之孽(차개시선념중지얼)는 이 모든 것은 선한 마음속에 숨어 있는 화근이다.
理路(이로): 도리의 길, 마땅히 가야 할 이치의 길.
坑坎(갱감): 구덩이와 움푹 팬 곳, 함정.
→ 理路上坑坎(이로상갱감)는 도리의 길 위에 놓인 구덩이와 같은 함정이다.
最易(최이): 가장 쉽다.
夾帶(협대): 끼어들다, 슬며시 섞여 들어오다.
最難(최난): 가장 어렵다.
拔除(발제): 뽑아 없애다, 제거하다.
者也(자야): ~인 것이다.
→ 最易夾帶,最難拔除者也(최이협대, 최난발제자야)는 가장 쉽게 끼어들지만, 가장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다.
須是(수시): 모름지기 ~해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
滌盡(척진): 깨끗이 씻어 다 없애다.
渣滓(사재): 찌꺼기, 불순물, 마음속의 남은 욕심.
→ 須是滌盡渣滓(수시척진사재)는 반드시 그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斬絶(참절): 단호히 끊어버리다.
萌芽(맹아): 싹, 막 돋아나는 조짐.
→ 斬絶萌芽(참절맹아)는 그 싹이 트는 조짐부터 단호히 잘라내야 한다.
才見(재견): 그제야 볼 수 있다, 비로소 드러난다.
本來(본래): 본디, 원래.
眞體(진체): 참된 본모습, 진실한 본체.
→ 才見本來眞體(재견본래진체):
그제야 비로소 본래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문 + 편집자 주 달린 글 읽기
爲善而欲自高勝人→ 선을 행하면서도(爲善) 스스로를 높이고(自高) 남보다 낫다고 여기려는 것(勝人)
施恩而欲要名結好→ 은혜를 베풀면서도(施恩) 명예를 얻고(要名) 좋은 평판이나 호의를 구하려는 것(結好)
修業而欲驚世駭俗→ 학문과 덕행을 닦으면서도(修業) 세상을 놀라게 하고(驚世) 세속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는 것(駭俗)
植節而欲標異見奇→ 절개를 세우면서도(植節) 남과 다름을 드러내고(標異) 특별하고 기이하게 보이려는 것(見奇)
此皆是善念中之孽→ 이 모든 것은(此皆) 선한 생각 속에 숨어 있는(善念中) 화근이요 재앙의 싹(孽)이다.
理路上坑坎→ 이는 도리의 길(理路) 위에 놓인 구덩이와 같은 함정(坑坎)이다.
最易夾帶,最難拔除者也→ 가장 쉽게 슬며시 끼어들지만(最易夾帶), 가장 뽑아내기 어려운 것(最難拔除者也)이다.
須是滌盡渣滓→ 반드시 마음속 찌꺼기와 불순물(渣滓)을 깨끗이 씻어내고(滌盡)
斬絶萌芽→ 막 돋아나는 싹과 조짐(萌芽)부터 단호하게 끊어버려야 하며(斬絶)
才見本來眞體→ 그제야 비로소(才見) 본래의 참된 모습(本來眞體)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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