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명시의 산책] 흰 민들레/안톤 슈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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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조용히 스며든 정원 한켠, 이름 없이 피어난 듯한 하얀 민들레 몇 송이가 낮은 자리에서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이 꽃은 한때의 찬란한 황금빛을 지나온 존재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요란함 없이, 스스로를 과시하지도 않은 채, 그저 담담한 빛으로 이 자리에 피어났습니다.
우리는 흔히 삶을 나던 순간으로 기억하려 하지만, 모든 존재가 반드시 황금빛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생은 처음부터 고요하고, 소박하며,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하얀 민들레는 바로 그런 삶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안톤 슈나크의 「하얀 민들레」가 찬란함에서 소멸로 향하는 변화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면, 지금 이 꽃은 말없이 다른 이야기를 건넵니다. 처음부터 조용히 피어나 끝내 흩어질지라도, 그 과정 또한 하나의 온전한 삶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 어제도 피고 오늘도 피어 났다가 하룻새지고 반복하여 피고지는 우리집 마당의 하얀 민들레 |
「하얀 민들레」:안톤 슈나크
길가에 핀 민들레가
어느새 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는
노파가 되어 서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찬란한 금빛 왕관을 쓰고
태양을 향해 웃음 짓던 그가,
이제는 가벼운 바람 한 자락에도
자기의 존재를 송두리째
허공 속에 던져 버려야 하는
쓸쓸한 운명 앞에 서 있다.
아, 저 가볍고도 눈부신 낙하.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떠나야만 하는 저 작은 깃털들은
지상의 모든 속박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영혼의 조각들인가.
머지않아 대지의 어느 구석에
조용히 내려앉아
새로운 생명의 꿈을 꾸겠지만,
지금 이 순간
허공을 떠도는 하얀 민들레는
삶의 덧없음과
그 덧없음이 주는 마지막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Der weiße Löwenzahn
- Anton Schnack
Gestern noch trug er die goldene Krone,
Lachte dem Licht und dem Sommer entgegen,
Ein kleiner König im grünen Plan,
Vom Glanz der Sonne überreich beschenkt.
Doch nun steht er da als weißer Greis,
Mit schütterem Haar, das der Wind schon zaust.
Ein Hauch nur, ein Zittern der linden Luft,
Und seine Pracht zerstiebt in alle Weiten.
O seht sie fliegen, die silbernen Flocken!
Wie Sternenstaub, der im Blau sich verliert,
Entbunden von Erdenlast und von Not,
Suchen sie schweigend ein fernes Ziel.
Was gestern noch fest und leuchtend erblühte,
Ist heut nur noch Traum und flüchtiges Bild.
So lehrt uns die Blume im weißen Gewand:
Alles Vergehen ist Aufbruch ins Licht.
이 시가 주는 메시지는 삶은 찬란하지만, 반드시 사라진다.
어제의 민들레는 “금빛 왕관”을 쓴 존재였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하얀 노파”가 되어버렸다.
이는 인간의 삶과도 일맥 상통한 점이 있다. 젊음과 영광은 영원하지 않으며, 모든 존재는 결국 쇠퇴와 소멸의 길로 들어간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덧없음은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이”라고
두 번째 메시지는 소멸은 끝이 아니라 ‘해방’이다. 민들레의 씨앗이 흩날리는 장면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다. “지상의 모든 속박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영혼의 조각들” 즉, 사라짐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해방이다. 여기서 시인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로 가는 통로로 바라본다.
세 번째 메시지는 모든 사라짐은 새로운 시작이다, 씨앗은 흩어져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대지의 어느 구석에 내려앉아” 다시 생명을 시작한다. 독일어 원문 마지막 구절이 이를 압축하고 있다. “Alles Vergehen ist Aufbruch ins Licht.알레스 페어겐 이스트 아우프부루크 인스 리흐트” (모든 사라짐은 빛을 향한 출발이다) 즉, 끝은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다.
종합 메시지
이 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삶은 덧없다. 그러나 그 덧없음 속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으며, 모든 소멸은 새로운 빛을 향한 출발이다.” 한 걸음 더 깊이 보면 이 시는 단순한 자연시가 아니라 인생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치고 있다. 늙어감을 슬퍼하지 말라,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말라, 떠남을 비극으로만 보지 말라, 오히려 그것은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며,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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