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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랑마저 ‘임시직’이 있고? 대체 파트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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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윤 전 단국대 법정대학장,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

 

요즈음 연애가 가벼워졌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다. 연애가 불확실성 속의 임시 계약으로 변질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회자되는 임시방편 파트너’, 이른바 플레이스 홀딩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랑을 시작했지만, 끝을 전제한 채 관계를 유지하는 기묘하고 우스꽝 스러운 방식이다.

 

겉으로는 연인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메시지를 나누고, 때로는 미래를 암시하는 말도 건넨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단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이 관계는 끝난다.” 문제는 이 사실이 종종 공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쪽은 사랑이라 믿고, 다른 한쪽은 대기 중이라 여긴다.

 

이 현상은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디지털 시대의 연애는 선택의 과잉 위에 세워져 있다. 끝없이 스크롤되는 프로필, 언제든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 니콜라스 에플리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끊임없이 어쩌면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 지금 눈앞의 사람에게 집중하기보다 결핍을 찾는 데 익숙해진다.

 

이는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과 닮아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만족은 줄어든다.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더 많은 사람을 볼수록, 누구도 충분히 좋지 않게 느껴진다. 결국 사람은 사랑을 깊게 하기보다 얕게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상처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선택이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이 더해진다. 애착 이론을 제시한 존 볼비 이후 밝혀진 바와 같이, 불안형은 버림받음을 두려워해 확신 없는 관계에 머물고, 회피형은 깊어질수록 도망칠 이유를 찾는다. 이 둘이 만날 때, 관계는 자연스럽게 임시 상태로 고착된다.

 

징후는 분명하다. 미래 이야기를 회피한다. 가족과 친구를 소개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여지를 남겨둔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다. 뜨거웠다가 차가워지고, 다시 돌아온다. 이 불규칙한 리듬 속에서 한 사람은 점점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부족한 걸까?” 그러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이 관계가 애초에 진짜였는가?”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 관계를 유지한다. 외로움이 두렵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보다, 불완전한 관계가 더 견딜 만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렉산드라 솔로몬의 말처럼, 관계는 속도의 차이일 수는 있어도 방향의 부재까지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한쪽은 앞으로 나아가고, 다른 한쪽은 멈춰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같은 길이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이 생기면 헌신이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심리학은 그 반대를 말한다. 헌신이 먼저일 때, 사랑은 그 뒤에 따라온다. 관계를 가능성으로만 남겨두는 태도는 결국 아무것도 깊어지지 않게 만든다.

 

대체 파트너의 시대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사랑을 시작하면서도 끝을 준비하는가?

그리고 왜 상대를 기다림의 자리로 밀어 넣는가? 해답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정직함이다. 관계의 의도를 말하고, 상대의 말을 듣는 것.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희귀한 사랑의 조건이다.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결심이다. 그리고 그 결심이 없는 관계는, 결국 누구에게도 집이 되어주지 못한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4-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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