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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27] 명성을 탐하지 말고, 나라 걱정을 말로 앞세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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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을 탐하지 말고, 나라 걱정을 말로 앞세우지 말라

선행은 실질에 두고, 우국애민은 마음에 두어라

사람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 일을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는 순간 선행의 빛은 흐려진다.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말보다 마음이 먼저이고, 구호보다 행동이 앞서야 한다. 채근담은 선행의 명성을 탐하지 말고, 우국애민을 말로 과시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원문(原文)과 한글음독

士君子(사군자) 濟人利物 宜居其實 不宜居其名(제인이물 의거기실 불의거기명)

居其名 則德損(거기명 즉덕손)

士大丈夫 憂國爲民 當有其心 不當有其語(사대장부 우국위민 당유기심 부당유기어)

有其語 則毀來(유기어 즉훼래)

 

풀어보기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논하고 있다. 남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은 귀하지만, 그 선행을 자신의 명예로 돌리려는 순간 덕은 오히려 손상될 수 있다고 했다.

 

첫 구절인 士君子(사군자)는 학문과 덕을 닦아 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한 군자가 해야 할 일은 濟人利物(제인이물)이다. 濟人(제인)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 건져주는 것이고, 利物(리물)은 사람과 세상 만물을 이롭게 해야 한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 공동체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 군자의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宜居其實 不宜居其名(의거기실 불의거기명), 그 실질에는 머물되 그 이름에는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좋은 일을 했다면 실제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누가 했는지, 얼마나 알려졌는지, 얼마나 많은 칭찬을 받았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선행을 하고도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것, 공을 이루고도 그 공을 독차지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군자의 태도다.

 

그런데 사람이 居其名(거기명), 그 명성에 머물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채근담은 단호하게 則德損(즉덕손)이라고 말한다. 곧 덕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남을 돕고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좋은 일을 하고도 자신의 이름이 앞에 나오기를 원한다면 선행은 어느새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변한다. 좋은 일을 많이 했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했느냐이다.

 

이어지는 구절은 시선을 개인의 선행에서 나라와 백성으로 넓힌다.

士大丈夫(사대장부)는 뜻과 기개를 지닌 사람을 말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憂國爲民(우국위민),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채근담은 마음과 말을 구별한다.

當有其心 不當有其語(당유기심 부당유기어), 그 마음은 마땅히 가져야 하지만 그것을 말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나라를 걱정하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라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은 깊어야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과시하는 말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경계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은 큰 구호를 반복하기보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책임을 다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有其語 則毀來(유기어 즉훼래)라고 했다.

말을 앞세우면 비방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말이 행동보다 커지면 사람들은 진정성을 의심한다. 나라를 위한다고 끊임없이 말하면서 행동은 사익을 좇는다면 그 말은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판이 된다.

 

결국 채근담이 말하는 군자의 덕은 소리 없이 실천하는 데 있다.

남을 돕되 이름을 탐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되 그것을 자신의 명예로 삼지 않는다.

선행은 실질로 증명하고, 우국애민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군자의 품격이다.

 

오늘의 메시지

오늘날에는 좋은 일을 하는 것만큼 그 일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봉사와 기부가 홍보가 되고, 공익 활동이 때로는 개인과 조직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정치와 공적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고, 나라를 걱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채근담은 그 화려한 말보다 실질()을 보라고 한다.

 

사람을 얼마나 도왔는가?

공동체에 어떤 이로움을 남겼는가?

나라를 걱정한다는 말을 실제 행동으로 얼마나 지켰는가?

宜居其實 不宜居其名(의거기실 불의거기명).

실질에 머물고 이름에 머물지 말라.

그리고 當有其心 不當有其語(당유기심 부당유기어).

그 마음은 깊이 품되 말로 자랑하지 말라.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채근담이 말하는 군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오늘의 교훈

좋은 일은 이름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공은 남겨도 명성에 머물지 말라.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라.

참된 덕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고, 세상을 실제로 이롭게 하는 데 있다.

 

편집자 주

士君子(사군자) : 학문과 덕을 갖추고 바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

濟人(제인) :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 건져줌.

利物(리물) : 사람과 세상 만물을 이롭게 함.

居其實(거기실) : 이름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실제 내용과 실천에 마음을 둠.

居其名(거기명) : 자신이 한 일의 명성과 이름에 집착함.

德損(덕손) : 덕이 손상되고 그 가치가 줄어듦.

士大丈夫(사대장부) : 뜻과 기개를 지니고 책임 있게 살아가는 사람.

憂國爲民(우국위민) :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함.

當有其心(당유기심) : 마땅히 그러한 마음을 품어야 함.

不當有其語(부당유기어) : 그 마음을 말로 내세우거나 과시해서는 안 됨.

毀來(훼래) : 비방과 비난이 찾아옴.

1. 士君子 濟人利物

(선비 사) (임금 군) (아들 자)

(건널 제) (사람 인) (이로울 리) (만물 물)

사군자 제인리물

2. 宜居其實 不宜居其名

(마땅 의) (살 거) (그 기) (열매 실)

(아닐 불) (마땅 의) (살 거) (그 기) (이름 명)

의거기실 불의거기명

3. 居其名 則德損

(살 거) (그 기) (이름 명)

(곧 즉) (큰 덕) (덜 손)

거기명 즉덕손

4. 士大丈夫 憂國爲民

(선비 사) (큰 대) (어른 장) (지아비 부)

(근심 우) (나라 국) (할 위) (백성 민)

사대장부 우국위민

5. 當有其心 不當有其語

(마땅 당) (있을 유) (그 기) (마음 심)

(아닐 불) (마땅 당) (있을 유) (그 기) (말씀 어)

당유기심 부당유기어

6. 有其語 則毀來

(있을 유) (그 기) (말씀 어)

(곧 즉) (헐 훼) (올 래)

유기어 즉훼래

 

여기서 특히 ()은 사전적으로는 열매 실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실질·실제 내용’, ()는 단순히 살다보다 마음을 두다·차지하다’, ()헐다에서 나아가 비방하다·헐뜯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김성윤의 한 줄 채근담

좋은 일은 이름보다 실질에 남기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8-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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